웹퍼블리셔라는 말을 만든 이유

August 16, 2007 03:10 PM

Web Publisher 웹 퍼블리셔라는 말을 만들 때에 내 명함에 찍혀있던 내 업무 역할은 웹디자이너였다. 하는 역할은 HTML 코더의 역할이었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명함에 HTML 코더라는 업무 역할을 넣기는 싫었다. HTML 코더는 단순직 알바, 작업물의 퀄리티보다는 작업량으로 평가받고 필요할 때마다 잠깐씩 빌려서 사용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이러한 시각으로 본다는 것이 싫었고 나의 업무상의 위치나 결과물은 HTML 코더의 그것과는 분명이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웹 제작 프로세스에서 반드시 필요한 위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HTML 코더와 구별할 수 있는 새로운 말을 찾기 시작했다.

지금은 웹에 어플리케이션의 개념이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웹은 기본적으로 문서다. 그래서 문서나 책을 출판하는 퍼블리시(publish)라는 단어를 생각하게 되었고, 실제로 이 단어는 이미 여러곳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플래시에서 HTML 코드를 만드는 기능도 퍼블리시고 MS 프론트페이지(FrontPage)에서도 퍼블리싱이라는 용어를 썼다. 그리고 어도비(Adobe)에서도 웹페이지를 만드는 작업을 웹 퍼블리싱(Web publishing)이라고 지칭하고 있었다. 이 외에도 많은 툴에서 웹페이지를 실제로 제작하거나 배포하는 단계를 지칭해서 퍼블리시라는 단어를 많이 쓰고 있었다. 웹을 출판하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기존의 시각에만 집중한 웹 저작과는 반대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도 이 용어를 선택하게 된 이유중의 하나였다. 그래서 한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그리고 웹에이전시라는 용어를 홍익인터넷에서 만든 것과 같이 웹퍼블리셔라는 용어도 나중에 많이 사용될 수도 있다는 모험으로 명함에 웹 퍼블리셔(Web publisher)라는 업무 역할을 박았다.

당연히 처음에는 이 단어를 사용할 때마다 부연 설명을 붙여야만 했다. 그리고 견적서에도 웹 퍼블리셔 항목이 들어가면 열이면 열, 견적서를 확인하자마자 전화를 걸어서 이 항목이 도대체 뭐냐고 물어왔다. 그럴 때는 나 자신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게 힘들었고 다른 사람들도 역시 설명하기를 힘들어 했다. 회사에서도 명함에 넣는 것까지는 이해를 해 줬지만 실제로 이 역할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HTML 코더의 수준 이상으로 이해를 하지 못했다. 다행히 지금은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고 고객사에서도 웹 퍼블리셔라는 용어에 대해서 질문을 해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앞에서도 잠깐 얘기 했지만 이 용어를 만들게 된 이유는 퍼블리싱이라는 업무가 기존의 포지션에서 벗어나서 보다 확실한 전문 영역으로 자리 잡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사용자측 개발이 매우 중요한 영역이고 제품의 품질과 직결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용어는 만들어졌지만 사람들이 이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면 지금같이 자리잡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은 커뮤니티도 생겼고 많은 분들이 웹 퍼블리셔를 자청해서 보다 나은 웹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중이다. 요즘은 클라이언트 사이드 개발 뿐만 아니라 웹표준, 웹접근성 전문가를 지칭하는 말로도 사용되고 있다.

웹 퍼블리셔라는 말은 아직 완성된 말은 아니다. 그리고 그 말을 완성시킬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을 웹 퍼블리셔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확고하게 만들어 가는 사람들일 것이다. 김춘수의 꽃에서와 같이 이름을 정하고 불러준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물론 모든 웹 퍼블리셔들의 능력이 똑같을 수는 없지만 자신을 웹 퍼블리셔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순간 그 사람은 웹 퍼블리셔가 되는 것이고 같은 목적을 향해서 노력할 준비를 갖추는 것이다.

보다 많은 웹 퍼블리셔들이 나와서 자신의 위치를 확고하게 하고 웹 시장에서 전문가로 자리매김을 하고, 보다 나은 웹, 보다 나은 IT 생태계를 만들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기 자신을 자신있게 외치면 결국 그렇게 만들어 질 수 있다고 믿는다. 사람의 힘은 무한하니까….

이 글은 스탠다드 매거진 창간호에 실린 글입니다. CSS Design Korea Standards Magazine

Comments

  • On August 16, 2007 09:18 PM, 정찬명 said:

    멋진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

  • On August 16, 2007 10:19 PM, k said:

    좋습니다.

  • On August 17, 2007 09:26 AM, freeism said:

    좋은 글이네요.
    현석님의 글을 인용하자면, 저도 '웹 퍼블리슁'에 관심이 많습니다.
    웹 퍼블리슁도 단순히 규정을 짓기는 무척 어려운 영역인 것 같습니다.
    음... 뭐랄까...
    프로그래밍 쪽에 가까운 웹 퍼블리슁과, 디자인 쪽에 가까운 웹 퍼블리슁, 기존 코드 활용을 통한 제작 속도에 집중하는 퍼블리슁과 크리에이티브한 퍼블리슁, 퍼포먼스나 호환성에 집중을 한 퍼블리슁등 퍼블리셔의 특성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모습이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
    웹 시장에서의 전문가로 나타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한 표 던지겠습니다. ^^

  • On July 31, 2009 09:49 AM, 지로쿨 said:

    좋은 글이네욤 ^^

    퍼감니다. ^^

  • On October 19, 2009 10:25 AM, mihee said:

    제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이 웹 디자인만은 아니고, 웹 퍼블리싱 영역도 아닌 중간 사이에서 애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쉽사리 전직(!)을 하지 못하고 누군가 어떤일을 하냐고 물으면 어정쩡하게 '기본은 웹 디자인이요' 라고 말하게 되는데요. 다시 한 번 앞으로 진로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

  • On October 19, 2009 11:00 AM, 왜주 said:

    좋은 글이네요~ 웹퍼블리셔라 단어에 정말 궁금했던 사람중에 하나입니다.

    담아갑니다~

  • On February 26, 2010 10:46 PM, 최군 said:

    잘 읽었습니다.

  • On November 01, 2010 05:54 PM, 마키 said:

    곧 HTML5 시대가 오면...
    퍼블리셔도 당당히 전문분야로 널리 인식되리라 봅니다...

  • On December 08, 2010 09:51 AM, realchoky said:

    개인적으로 '웹퍼블리셔'는 앞으로 더더욱 중요해지고 웹개발에서 당당히 영역을 차지할 직군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윗 분의 말씀에서 처럼 조금 더 세밀하게 업무정의와 분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로 나뉘었던 단순하고 행정편의적 직무분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많은 생각과 현실적 요구사항들이 모아져 '웹퍼블리셔'라는 직군의 직무에 대한 세밀한 업무 영역의 정의가 필요하리라 봅니다.

  • On December 18, 2010 10:23 PM, demun said:

    아 그랬군요. 저도 요 근래 들어서야 웹퍼블리셔라는 말을 알게됐습니다.
    이전부터 신현석님의 글은 잘 보고 있었습니다.
    문득 이 단어가 궁금해서 검색하다가 여기에 다시 오게 됐네요....
    어찌보면 우리나라에서 웹퍼블리셔라는 단어를 정착하게된 계기가 될수도 있군요...

  • On September 15, 2011 03:19 PM, 모모 said:

    우연히 발견했는데 아는 분들도 덧글을 달아주셨군요. 잘 읽고 갑니다.

  • On January 27, 2012 10:45 AM, 3년차 퍼블리셔 said:

    웹퍼블리셔로 일한지 어느덧 3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웹디자인을 하다가 웹퍼블리셔의 세계에 큰 동경을 느껴 전향하였는데요, 처음엔 웹퍼블리셔라는 명칭이 참 멋지게 느껴졌는데 요즘 웹퍼블리셔라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져서인지 이제 제게는 웹퍼블리셔라는 이름이 예전의 코더처럼 느껴진답니다. 회사에서는 UI개발자로 불러주긴 하는데 저 스스로 웹퍼블리셔보다 한 등급 위에 있는 사람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많은 공부를 해야겠죠? 항상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건강하세요. ^^

  • On February 17, 2013 02:31 AM, 이나라학생 said:

    언젠가부터 통용되기 시작한 단어이넫, 현석님께서 만들어낸 말이었군요^^;;

    그런데...이제는 이 '퍼블리셔'라는 말이 독이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과거에 웹 표준, 웹 접근성이 화두가 되고, 여전히 자바스크립트는 경한시되던 시절에 HTML 코더를 퍼블리셔라는 전문성을 띄는 직종으로 격상시켜준 효과는 있었지마는.. 웹 표준과 접근성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때가 와서는 이제 퍼블리셔라는 단어가 웹 개발자중 상당수가 "HTML, CSS만 처리하면 됨!"이라는 타이틀로, 그리고 (실력이 형편없는, 코더에 불과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챙기는 도구로 이용되기까지 하는 것 같네요. 웹 표준이야 솔직히 책한권보면 띠어지는 분야고, 접근성에 관해선 솔직히 형편없음에도 불구하고 "퍼블리셔"라는 단어로 자신을 포장시키면 두 분야 모두에 전문가가 된것같은 느낌을 주기에는 충분하지요.(실제로는 표준도 제대로 못지키지만) 퍼블리셔라는 단어, 더불어 웹 접근성, 웹표준이라는 단어는 실력향상 하기 귀찮아하는 이들의 기득권을 위해 존재하는 단어가 아님을 명심해야 합니다.

  • On May 09, 2013 11:02 AM, shint said:

    난 뭔말인지 모르겠네. ㅡ_ㅡ;;

  • On July 22, 2013 01:06 AM, 참네 said:

    이나라학생님 책한권보고 띄셨나보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정말 기가 찹니다.
    IE6 에서 정확하게 보여지는 웹 표준 코드를 정말 쉽게 구현하시나보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투잡 뛰삼 ㅋ

  • On July 23, 2013 06:22 PM, nnyamm said:

    내용을 HTML로 구조화하고 CSS로 디자인을 적용해서 웹페이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저자로부터 원고를 받아 교정 디자인 제본을 거쳐 한권의 책을 만들어내는 출판인의 출판과정과
    유사하기에 퍼블리셔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나라학생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요즘 웹에이전시들을 보면 웹표준화를 언급하며 추가견적을 내는 경우가 잦더라고요.
    웹표준은 당연히 기본으로 준수해야 하는 부분임에도 이를 합리화 시키기 위해 웹 퍼블리셔라는
    직함을 이용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또한 퍼블리셔의 업무는 웹표준 뿐만이 아니라 웹접근성 및 CSS를 이용한 정확한 디자인 적용
    게다가 요즘은 간단한 jQuery의 적용까지 업무 범위가 상당히 넓고 알아야하는 기술들도 다양하죠.
    부디 이러한 베이스가 탄탄한 퍼블리셔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참네님이 '책한권' 이라는 부분에 이견이 있으신데 저또한 책한권 이라는 부분에서 움찔 했지만 생각해보니
    웹표준을 지키기 위한 태그들에 대한 설명은 정말 한권짜리 책들이 많긴 하더라고요.ㅎㅎ
    물론 웹 표준을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정말 다양한 페이지들을 구조화해 보는 실무가 필요하지만요.
    시중의 많은 책들이 깊이있는 실적용 예제보다는 간단한 태그설명과 간단한 예제로 채워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책을 고를때에 신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IE6에서 정확하게 보여져야 함은 웹표준 이라기 보다 웹접근성 측면에서 바라봐야 하는 부분입니다.
    웹표준을 준수한 마크업은 기본이고 브라우저의 렌더링엔진이 잘못 보여주는 부분에 대해 미리 파악하고
    해당 부분을 감안한 마크업과 CSS 적용을 통해 브라우저의 부족한 부분을 매꿔주는 것이 웹퍼블리셔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죠.

  • On October 24, 2013 11:34 AM, jam said:

    너무 애매하네요... UI개발자 라고 해도 될거같고

  • On November 21, 2013 05:13 PM, 정우희 said:

    정말 마음에 와닿는 글이네요.
    저도 더 나은 웹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웹퍼블리셔가 되겠습니다~ 화이팅!!

  • On March 18, 2014 07:54 AM, 이나라학생 said:

    참네 //

    간만에 와서 보다 안쓰러워서 댓글하나 달고갑니다.

    IE6이 표준브라우저인지 먼저 생각해보세요.

  • On April 07, 2018 03:20 PM, 요즘엔 said:

    웹 퍼블리셔라는 단어가 참 애매하더라고요. 사실 웹 프론트개발자가 퍼블리싱을 커버하는 상황에선 불필요한 포지션이기도하고. 개발팀이라 디자이너는 자주 필요없지만 좀 더 예쁜? 디자인이 필요한 경우(보통 디자이너 출신이므로)에만 쓰이는 것 같아 씁쓸합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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