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출력 솔루션의 문제점

accessibility | 2008-06-12

음성출력 솔루션은 웹 사이트의 텍스트 데이터를 음성 데이터로 변환하여 사용자가 콘텐츠를 들을 수 있게 해 주는 솔루션을 말한다. 이것들은 스크린리더와 같이 TTS(Text to Speech)엔진을 이용해서 음성을 만들고 이를 웹페이지에서 출력하게 된다. 웹 접근성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몇년 전부터 이러한 솔루션을 만드는 업체들이 등장했고 이 솔루션을 탑재하는 웹 사이트들이 많이 생겼다.

처음 음성출력 솔루션을 접하는 사람들은 이 솔루션이 접근성을 크게 해결해주는 아주 매력적인 기능으로 생각하게 된다. 글을 볼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음성으로 안내해 주는 모습을 상상하면 정말 훌륭한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음성출력 솔루션은 글을 볼 수 없는 전맹 시각 장애인들에게는 무용지물이고 오히려 적용을 잘못하면 접근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음성출력 솔루션이 처음 나왔을 때 부터 이 솔루션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장애인에 대한 적절한 이해없이 시장 확대만을 위해서 잘못된 기술을 만들어냈다고 보는 시각이 강했다. 하지만, 잘못된 점이 많은 솔루션이지만 잘 개선하면 어느정도 접근성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고, 또 어렵사리 만든 솔루션을 무조건 비난만하면 업체 죽이기가 될 수도 있어서 쉬쉬해온 것이 사실이다.

음성출력 솔루션이 나온지 몇년이 지났고, 그동안 이러한 솔루션을 적용할 때에는 잘 생각해 보고 접근성을 해치지 않게 적용해야 한다고 여러사람이 말하고 다녔지만, 아직도 이 솔루션이 접근성 해소에 큰 도움이 되고 반드시 필요한 기능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음성출력 솔루션이 접근성 해소에 큰 도움을 주고, 스크린리더보다 훨씬 좋다는 식으로 선전하고 돌아다니는 업체들이 있어서, 이 솔루션이 정확히 어떠한 것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과는 달리 전맹인 시각 장애인들에게 이 기술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웹사이트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켜고, 브라우저를 열고, 주소창에 웹사이트 주소를 입력하는 등의 행동이 필요한데 이러한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의 수준에서 음성이나 다른 보조기술이 제공되어야 한다. 그래서 많은 수의 시각 장애인들은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서 스크린리더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이 소프트웨어는 웹사이트 뿐만 아니라 윈도우의 탐색기, 워드프로세서, 바탕화면, 시작 메뉴 등 컴퓨터를 사용하는 전반적인 환경에 대한 화면 낭독을 해 준다. 그리고 웹사이트를 이용할 때에도 이 스크린리더가 브라우저(인터넷 익스플로러 등)를 읽어줌으로써 사용하게 된다.

스크린리더를 사용하고 있는 사용자가 음성출력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는 웹사이트에 들어가게 되면, 스크린리더의 음성과 음성출력 솔루션의 음성이 겹쳐서 나오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웹사이트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보조기술들은 웹사이트에서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이 아니고 사용자가 컴퓨터를 다루면서 사용할 수 있게 운영체제나 설치 프로그램 형태로 제공이 되어야 하는 기술이다. 웹사이트에서는 단지 HTML 표준을 잘 지켜서 이러한 보조기술들이 웹사이트를 잘 인식할 수 있게 하면 되는 것이다.

음성을 비롯한 소리를 웹페이지에서 출력할 때에는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제어권을 사용자에게 주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음성출력 기능을 제공할 때에는 반드시 끄거나 켜는 기능을 제공해야 하고, 되도록이면 페이지가 로딩되었을 때 자동으로 음성이 나오는 것은 피해야 한다. 요즘의 솔루션들은 그래서 예전과 다르게 기본설정을 끈 상태로 하는 경우가 많다.

1.4.2 Audio Control: If any audio on a Web page plays automatically for more than 3 seconds, either a mechanism is available to pause or stop the audio, or a mechanism is available to control audio volume independently from the overall system volume level. (Level A)

from Web Content Accessibility Guidelines 2.0

또 한가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웹 상호운용성(web interoperability) 문제이다. 이러한 솔루션은 도입비용이 수천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솔루션인데 액티브엑스(Active-X)로 구현되어서 상호운용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웹에서 서비스 되는 것이라면 당연히 상호운용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개발을 했어야 하는데 이런 반쪽짜리 기능을 비싼 돈들여서 도입하는 것은 낭비이다.

음성출력 솔루션은 스크린리더를 대체하는 기능이 아니다. 글을 못보는 사용자를 위한 기능이 아니라 글을 읽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용자들을 위한 기능이다. 예를 들어서 자폐아나 난독증환자, 인지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기능이다. 구현할 때에도 스크린 리더처럼 화면을 다 읽어줄 필요는 없다. 주요 콘텐츠만 읽어주면 된다. 마치 이 솔루션이 접근성 문제를 다 해결해 주는 것인양, 스크린리더가 필요 없기 때문에 아주 효율적인양, '사기'를 치는 업체에 속아서 쓸데없이 예산을 낭비하는 그런 웹사이트는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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