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신해철

life | 2014-10-28

데뷔시절부터 안 것은 아니다. 중학교때 반 친구가 동화같은 표지의 테이프를 보여줬고 정확한 표현은 기억이 안나지만 그 당시 수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언어로 극찬을 했었다. 음악을 그리 많이 듣지는 않았던지라 그냥 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이구나 싶었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이랑은 좀 다르네 정도의 느낌이었다.

고등학교를 들어가면서 음악을 좀 듣기 시작했고 CDP를 들고 다니면서 용돈아껴 CD를 사모으기 시작했다. The Being 앨범을 접하게 되고 이 앨범이 예전에 친구가 극찬을 했던 그 밴드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World 앨범에 와서는 앨범 커버부터 시작해서 완전 빠지게 됐고 그때부터 돈생기면 미도파 파워 스테이션에 가서 신해철 예전 음반을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다. 그때는 뭐가 좋은지도 잘 몰랐고 그냥 넥스트가 좋고 신해철이 좋아서 모았던 것 같다. 그렇게 스래쉬 메탈과 얼터너티브 틈 사이에 넥스트가 내 기억에 강하게 자리잡았다. 그후로 연말 공연하면 가기도 했고 판도 나오면 매번 나오는 날 미화당이나 파워스테이션, 타워레코드 같은데 가서 샀다.

사실 가사를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싱어송라이터가 뭔지도 몰랐고 그냥 처음에는 소리가 좋았다. 신해철의 초기 앨범을 자주 듣고 가사를 음미하기 시작한 것은 그 뒤인 대학 시절이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대학교때 안힘들어본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나는 그 시절에 넥스트의 음악에서 참 위안을 많이 받았다. 뭔가 부조리 한 것을 시원하게 얘기해 주고 유치할 정도로 순수한 고민도 그대로 가사에 담겨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감히 그때의 영향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하고 싶다. 많이 공감받고, 위안받고, 따라했다. 사람들이 말하는 이상적이라는 내 생각은 이때에 형성되었고 나는 여전히 이를 지극히 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고통, 당위, 비판, 평안, 해소, 헌신과 같은 것들을 배웠다. 그는 음악으로 내게 이런 흔적을 남겼다.

이제는 그때처럼 순수해질 수 없다고 얘기했지만 이젠 거짓말이 되어버렸다. 여전히 순수한 모습을 남긴채...

'내 영혼을 치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히 쉬세요. 나의 Hero...'

Comments

  • 알바뛰는 훈 2014-11-09

    저도 질풍노도의 시기에 그의 음악에 많이 기댔던것 같아요. 중고등학교때는 거의 만날 들었던것 같습니다. 아직도 그의 이름 앞에 고 라고 붙는게 어색하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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