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가 없는 지식
work | 2011-01-22
원인이나 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한 지식은 유용한 지식이 아니다. 이유가 없는 기술은 하나도 없다. 심지어는 빈줄도 코드상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든지 내용을 구분하기 위해서와 같은 목적과 이유가 있다. 원인에 대한 고민없이 지식만을 가지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서 점차 실패하게 된다.
'왜?'를 등한시 하는 행동은 의사소통에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어떤 개발자가 "웹표준에 어긋나서 안되요.", "그것은 웹 접근성에 어긋나는 것이에요."라는 말을 듣고 하소연 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 개발자는 기술을 가로막는 웹표준 같은 것은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개발자가 웹표준을 몰라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개발자가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안된다고 말한 사람이 웹표준을 모르는 것이다. 왜 웹표준에 어긋나는지, 왜 접근성에 좋지 않은 지에 대한 설명없이 그냥 안된다고만 하니 이런 오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행동은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행동이다.
리셋 스타일의 경우도 왜 리셋 스타일을 사용하는지 충분히 알면서 사용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누군가 사용하는 것을 봐서, 의례 해야하고 뭔가 더 좋은 기술인 것 같아서 그냥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 '왜?'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리셋 스타일을 사용하다보니 "리셋된 CSS를 다시 살리는 방법이 없냐"는 황당한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접근성 자문 게시판에 보면 "접근성에 문제가 되지 않는지 궁금합니다."라는 질문이 상당히 많다. '왜?' 접근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했는지 자신의 생각을 밝히면서 질문을 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질문하는 사람의 생각이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당연히 답변은 질문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달리게 된다.
중요한 것은 "사용해야한다"거나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이 아니다. 그런 결론이 나오기 까지의 과정과 이유이다. 많은 기준들이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서 달라지게 된다. 좀 더 큰 그림을 읽기 위해서는 항당 '왜?'라는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점 하나를 찍어도 목적와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별 이유가 없다면 그 점은 필요 없는 점이다. 지워라.
Comments
오늘 스터디에서 협업시 타당한 이유를 대지 못하는 주장은 안하니만 못하다는 얘기를 한적이 있는데, 마침 또 이런글을 올려주시다니; 고마울 따름이에요 ㅎㅎ
깊게 공감합니다. 지식을 실무에 응용하고자 하는 실무자의 입장에서 "왜"에 대한 지식이 중요한 또 한 가지 이유는 그러한 지식이 상대적으로 더 널리 쓰일 수 있고(즉 "왜"를 알면 더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더 오래 지속되기(즉 "왜"에 대한 지식은 세월이 흘러도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촘스키(Noam Chomsky)의 말대로 알려진 현상에 대한 기술(description of observed phenomena)이나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다시 설명하는 것(restatement of a problem in other terms)이 아니라 진짜 설명(genuine explanation)을 찾아내고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