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한글로 입력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한가?
web | 2008-10-08
접근성, 사용성에서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한국어로 제작된 사이트이니까 입력 필드의 기본입력을 한국어로 하겠다는 생각은 언뜻 보기에는 똘똘한 생각 같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사용자에게 한글 입력을 강요하는 것이다. 한글을 입력할지, 영문을 입력할지는 사용자의 의지이고 설정이다. 이것을 임의로 바꾸는 것은 사용자에게 도움보다는 방해를 준다. 보도자료도 사실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왜곡하고 있다. 초기 입력 상태를 영문으로 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 설정을 그대로 따르게 둔 것이다. 이걸 가지고 무슨 언어주권 운운하는 것은 정말 창피한 수준의 사고방식이다.
이름을 입력하고 다음에 이메일을 입력하는 입력서식이 있다고 가정하자. 한글로 이름을 입력하고 이메일 입력서식으로 커서의 위치를 옮긴다. 사용자는 이미 자신이 한글을 입력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입력 모드를 한글에서 영문으로 변경하고 입력한다. 그런데 이때, 커서의 위치가 이동하고 자동으로 영문으로 바뀐다면, 보통의 입력모드 변경은 토글 방식이기 때문에 사용자는 자기도 모르게 영문을 한글로 다시 바꾸게 된다.
물론 입력모드에 익숙하지 않아서 한글과 영문을 바꿔서 입력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검색창이나 주소입력창에서 이런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애매한 문제를 한쪽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무엇인가를 입력할 때 마다 사이트에 내 입력모드를 바꾸지 않았나 확인하고 입력해야 한다고 상상을 하니 정말로 끔찍하다.
인트라넷이나 과거의 CS 프로그램에서와 같이 특정한 환경에서 사용하라고 만들어진 기능을 웹과 같이 다양성이 큰 환경에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모든 웹사이트가 한꺼번에 바뀐다면 가능하겠지만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사용자에게 혼란만을 일으킬 것이다.
무슨 원장이라는 사람이 보도자료도 내고 공문도 보내고 하니까 냉큼 바꾼 기관들도 문제다. 남원장보다는 웹사이트 담당자들이 훨씬 전문가인데 귀가 그렇게 얇아서야 사이트가 제대로 굴러 가겠는가...하루라도 빨리 원복하기를 바란다.
조금더 사용자 입장에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나와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생각이 필요하다.
Comments
저도 몇몇 사이트에서 한글로 입력되도록 설정되있는 검색창을 칠때면... 한/영 전환을 한번 더 누르게되더군요... 기본에 익숙해져있어서 그런듯합니다...
말씀에 공감합니다. 기사보고 포스트를 작성했는데 트랙백 보냅니다.
http://pikadung.egloos.com/1954914 이걸 쓰면 어느정도 편리하게 사용 할수는 있습니다
nuzl님이 권해주신 프로그램 아주 좋네요.
그런데 검색으로도 '국어 문화원' 이라는 곳은 나오지 않거나 다른 기관의 부속기관들로 여러곳이 나오는데, 기사는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요?
http://www.korean.go.kr/kadvice/ 여기 인가보군요
모든 페이지가 회원전용인 특이한 사이트네요. 소개페이지 정도는 읽을 수 있게 해도 괜찮을 듯 싶은데 말이에요.
하이~ 나도 사이트마다 제각각인 경우가 많아서 불편한데, 사실 영어가 기본이냐 한글이 기본이냐는 정말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 입력하는 순간의 상태를 자신이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게 문제지.. 개인적으로 한글 입력일때와 영문입력일때 커서의 모양을 다르게 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구분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물론 시각장애인들한테는 음성으로 입력 상태를 알려줄 수 있겠지) 명분보다는 편리한게 좋다는 생각?? 접근성의 지향점도 더 많은 선택권을 주는 것에서 발전해서 그 선택권을 '편리하게' 사용하는 것이 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