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 인증서 제공이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판결

interoperability | 2008-08-30

오픈웹 소송 제1심 판결서가 나왔습니다.

판결문을 보면 법원은 공인 인증 서비스를 보편적인 서비스로 보고 있지 않습니다. 그냥 계약 당사자들끼리 계약이 되면 사용하는 거고 계약이 안되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전자 금융 거래법에서는 사용이 강제되어 있지만 공인 인증서 자체가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보편적 서비스는 아니기 때문에 금융결제원은 책임이 없다는 것입니다.

공정 거래법 관점에서는 방해나 강요 등 구체적인 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공인 인증서가 의무사항이 아니니까 금융결제원이 아무것도 안한 것을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윈도우를 구입하지 않은 사용자가 사용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법적으로는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고 규제를 만들어 놓고 상대적인 피해를 입히는 것은 법이 국민의 평등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법원의 판단대로라면 전자 서명법과 전자 금융 거래법이 서로 모순입니다. 보편적이지도 않은 서비스를 강제해서 경쟁관계에 있는 모든 산업을 아주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있군요.

금융결제원이 파이어폭스 사용자에 대해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정당한 사유'는 없습니다. 제공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하나의 특정 환경만을 선택해서 제공하겠다는 금융결제원의 입장이 '부당한 차별'이 아니라 '정당한 사유'라는 법원의 판결은 납득하기가 힘듭니다. 사용자수가 작다는 것인 절대로 '정당한 사유'가 아닙니다. 1%라고 하니까 작은 것 같지만 공인인증서 사용자 천만명의 1%면 십만명입니다. 절대로 작은 숫자가 아닙니다. 전체 인터넷 사용자 수의 1%라고 하면 더 많아집니다.

금융결제원이 독점적인 위치에 있으면서도 윈도우용 서비스만 제공해서, 윈도우를 사용하지 않는 사용자는 공인 인증서 사용을 위해서 윈도우를 구매해야 합니다. 이게 '부당한 소비자 이익이 저해'된 것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도 납득이 안됩니다. 공인 인증서를 사용하는 웹사이트들이 대부분 익스플로러 사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법원의 판단은 사실과 다른 잘못된 판단입니다. 결재 서비스가 익스플로러 전용이 많은 것이지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자체가 익스플로러 전용인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이 판결문은 법원의 논리도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법이 애매하다고 해서 수만명의 손해는 무시하고 복지부동 기관의 손을 들어줘서는 안됩니다!!

Comments

  • 조만영 2008-09-01

    음...모든것이 거꾸로 가는 정부라서요...큰 기대는 안했었는데...이쪽도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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