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정(李啓貞, 1948. 6. 30. ~ 2015. 11. 3.)

December 23, 2015 12:03 AM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엄마는 자식을 끔찍하게도 챙겼다. 자식을 위해서 살아온 인생이다. 어렸을 때부터 모든 신경이 다 자식에게만 있었다. 항상하셨던 말씀이 우리 형제는 둘 밖에 없기 때문에 누가 도와줄 사람도 없으니 서로 의지하고 잘하라고 했다. 엄마가 외동딸이어서, 외할아버지 돌아가시고 집안이 시끄러워서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 무뚝뚝한 남자만 있는 집안에서 혼자고 외로왔다. 그러더니 돌아가실 때에도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쓸쓸히 돌아가셨다.

올해만 해도 수술을 두번이나 하고 입원도 세번이나 했다. 특히나 요로 결석때문에 응급실 입원했다가 심전도가 안좋아서 부정맥을 발견했다.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정말 운좋게 발견했다. 홀터검사하고 기계반납하고 집에 왔는데 바로 연락이 와서 입원하고 다음날 인공심박기 시술을 했다. 이 때만 해도 5년 후에 배터리가 다되면 갈아야 하는데 그러면 또 수술을 해야 하나 하는 걱정만 했다. 워낙 운좋게 발견해서 앞으로 한동안은 별 문제없을 것이라고 생각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겨우 6개월정도 더 사셨다. 그래도 시술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 엄마랑 같이 보낸 시간도 많았고 얘기도 많이하고 사진이랑 동영상도 남겼다. 그 때에는 몰랐지만 나에게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었나 보다.

수술을 받고 건강이나 죽음에 대한 생각이 드셨는지 어느날 나를 불러서 가지고 계신 패물들을 다 꺼내놓고 가져가라고 하기도 했다. 워낙 오래된 물건들이기도 하고 갑자기 주변을 정리하듯 물건을 정리하는 행동이 부담스러워서 가지고 오지는 않았다. 병원에 같이 다니면서도 그랬고 올해 들어서 부쩍 나한테 잘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었다. 학교도 잘 들어가고 좋은 아내 만나고 잘 살아줘서 고맙다고 자주 그랬다. 형이랑 친하게 잘 지내라고도 많이 했다. 그 전에는 엄마덕에 잘된거라는 말을 많이 했었는데 올들어서는 그런말은 안하고 그냥 고맙다고만 했다. 장례식장에 와준 많은 사람들을 봤으면 아마 잘 키웠다고 더 뿌듯해 하셨으리라.

엄마는 손이 커서 음식을 해도 엄청 큰 들통에 하곤 했다. 돌아가시기 전에도 가지고 가서 애들 먹이라고 들깨가루 듬뿍 들어간 미역국을 들통 하나로 해서 줬다. 엄마가 돌아기시던 전날에 그 미역국을 다 먹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전화라도 한통 더 하고 고맙다는 말이라도 하고 먹을 걸 그랬다는 부질 없는 생각도 해봤다. 너무 준비없이 갑자기 생긴 일이어서 모든일이 다 아쉽고 안타깝다.

지저분한 꼴을 못보고 하루에도 몇번씩 걸레질하고 계단 청소도 하고 그러시더니 돌아가실때도 깨끗하게 씼고 돌아가셨다. 처음 누워있는 모습을 봤을 때에는 그냥 주무시고 계신 것 같았다. 실감이 안난다. 작별인사도, 마음의 준비도 하나도 못했는데...

이제와서 이런말 하면 뭐하냐 싶지만 무뚝뚝한 아들이어서 표현도 제대로 해본적이 없다. 엄마 사랑해요. 모든게 엄마 덕분이에요. 이제는 좋은 기억만 가지고 편히 쉬세요. 고마워요. 엄마

Comments

  • On December 24, 2015 10:25 PM, min said:

    계실때 잘 해드려야 하는데 왠지 잘 안돼네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 비옵니다.

  • On December 26, 2015 12:19 AM, oca said: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On January 06, 2016 09:45 AM, 이충열 said:

    삼가고인의 명목을 빕니다..

  • On January 17, 2016 12:26 PM, Sun said:

    삼가고인의 명목을 빕니다..

  • On January 27, 2016 04:49 PM, 윤종필 said:

    ㅜㅜ; 오랜만에 방문했는데...그런일이 계셨군요.
    늦었지만 삼가고인의 명복을 기도합니다.(--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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