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이 웹에서 모달을 없앤다

2021-08-21

모달이라고 하면 사이트별로 디자인해서 사용하는 레이어 팝업창이 떠오르지만 여기서 말하는 모달은 alertconfirm, prompt와 같은 자바스크립트 기능을 말한다. 이 기본 모달이 사용자로 하여금 메시지의 출처를 헷갈리게 해서 보안 위험을 일으키고 있으니 크롬이 이 기능을 없애버리겠다고 한다. 뭔가 "랜섬웨어에 걸리지 않으려면 랜선을 뽑으세요."와 비슷한 느낌인데 우선 크로스 오리진 콘텐츠에서 이 기능을 없애고 최종적으로는 모든 곳에서 없앤다고 한다.

문제는 이 기능을 핵심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이트들이 웹에는 이미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코드펜(CodePen)과 같은 사이트들이 있고 수많은 교육 관련 콘텐츠들이 있다. 은행이나 쇼핑몰 중에도 이 모달을 사용해서 핵심 기능이 구현된 경우가 많다. 크로스 오리진 alert는 0.006%의 페이지뷰에서 사용되고 있다는데 숫자만 보면 적어 보이지만 페이지뷰의 규모를 생각하면 절대로 적은 숫자가 아니다.

이 일이 이슈가 되자 크롬팀에서 삭제를 롤백하고 1년 유예를 두기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PPK는 이러한 전례가 있었고 웹 개발자들은 여전히 가만히 있을 것이고 구글은 결국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할 것이라고 시니컬하게 말한다. 파이어폭스와 사파리도 여기에 동의하고 있고 이미 HTML 스펙에 기술되기도 했다. 앞으로 이 이슈가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나는 크롬이 IE처럼 되어버린 것 같아서 안타깝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우리는 이미 단일 브라우저가 웹을 독점하면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충분히 겪었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요즘 개발자들은 IE 지원이라고 하면 농담으로 듣거나 코웃음을 친다. 하지만 그렇게 거만하게 IE를 밀어내더니 이제는 이름만 들으면 모두가 아는 큰 회사의 사이트 조차 파이어폭스에서는 오류로 열리지 않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모두가 크롬만 쓴다. 크롬이 파이어폭스나 사파리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었으면 이런 오만한 결정을 내리고 웹을 부수는 일을 진행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이미 웹의 다양성은 후퇴하고 있다.

요즘의 프론트 엔드는 모든 것을 엄청 복잡하게 만드는게 유행이지만, 여전히 웹은 누구나 만들 수 있고 표준은 이를 쉽게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하위 호환성을 이렇게까지 중요시하는 플랫폼은 찾아보기 힘들다. 웹은 모두를 위한 것이고 여기에는 소비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만드는 사람도 포함된다는 제레미 키스의 글을 보고 내가 그동안 왜 웹을 하고 있었는지 다시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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