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5%

life | 2015-06-07

7일 현재 메르스의 치사율은 7.8%(5/64)이다. 이 숫자는 그냥 통계일 뿐이고 내 주변에 환자가 생긴다면 0%이거나 100%다. 당연히 나와 비슷한 일반 서민들은 나날이 늘어가는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에 가족의 얼굴을 오버래핑하면서 가슴을 졸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돈많은 기득권 분들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메르스는 새로운 종류의 바이러스가 하나 더 생긴 것일 뿐이며, 치사율이 40%라는 건 과장된 것이고 실제는 5%에 불과해 감기와 다를 게 없다"며 5% 밖에 안죽는다는 얘기를 아주 쉽게 한다. 이분들은 당장 병마와 싸우는 사람들, 잠재적인 감염자 걱정 보다는 "국민께서 과민하게 반응해 경제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협조해주시고, 정부에서도 각종 국내외 행사가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면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모든 선제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한다. 사람은 원래 계속 죽어나가는 것이니 개의치 말고 돌아다니면서 돈좀 쓰라는 말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불안에 따른 패닉이나 대외 인지도 하락, 여행 수지 적자, 경기 침체가 아니라 죽어가는 사람들이다. 단 한명이 죽더라도 생명이고 이는 노력해서 막아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전염병이 무서운거다. 가상의 얘기가 아니라 실제로 지금 확진자 중의 일부는 병상에서 호흡곤란과 싸우며 생명의 끈을 잡고 있다. 박원순과 이재명은 병이 확산되면 한명이라도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저렇게 행동하는 것이다. 나와 국민를 중요하게 생각해 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정부 입장에서 나는 그냥 경제 규모를 유지시키는 하나의 부속일 뿐이다. 티끌일 뿐이다.

이런 나라에 살고 있다.

Comments

  • 홍민희 2015-06-08

    사실 이런 일이 이전 정권에서도 있었죠. 이에 관한 제 생각은 그 당시에 아이추판다 님이 썼던 “목숨값을 계산하지 말라”와 같습니다. http://nullmodel.egloos.com/1752203 제 생각에 이 글의 중요한 포인트는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업 관료나 전문가들이 내리는 판단과 일반 국민들의 판단 사이에 생길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괴리를 메꾸는 게 선출직 공무원의 중요한 임무다.” 만약 메르스의 위험이 감기와 같은 수준이라고 본다면, 개인의 입장에서는 감기처럼 대하는 게 좋은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감기 역시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가슴 졸일만한 걱정거리가 아니고, 노인이나 일부 투병 환자 등에게 각별히 조심해야 할 대상이죠. 요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메르스의 위험이 감기와 같은 수준이라고 믿고 있지 않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이는 이미 바닥까지 신뢰를 잃은 현 정권의 자업자득이어서, 지금은 어떠한 진실을 말하더라도 양치기 소년과 같은 상황이니 뾰족한 방법도 없겠지요.

  • 신현석 2015-06-09

    그렇죠. 사실 훨씬 더 높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감수하고 다니는 것이 많으니까요. 내가 정부에 기대하는 정도를 정부(선출직 공무원)가 못해줘서 제대로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불쾌, 분노의 원인인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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