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 Size와의 인터뷰

web | 2007-05-23

A4 Size는 아이파트너의 컨설팅실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이다. 아이파트너는 웹에이전시에서는 꽤 규모가 큰 업체로 알고 있다. 사실 에이전시 시장은 IT업계에서 바닥에 위치하고 있고 하청, 출혈경쟁, 덤핑 등 실력보다는 눈치와 인맥, 수완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곳이다. 그리고 에이전시에서 어느정도 실력이 있는 사람은 당연히 포털 업계로 이동하는 것으로 사람들이 알고 있을 정도로 근무 환경도 별로 좋지 않고 이직률도 상당히 높다. 이런 암울;;한 환경에서도 폐쇄적이지 않고 개방을 좇으며 운영되고 있는 카페이다.

처음에 A4 Size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을 때에는 폐쇄적인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인터뷰를 안하려고 하였지만 카페에서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개방하려는 모습을 확인하고 인터뷰에 응하게 되었다. 현재도 카페의 모든 콘텐츠는 가입없이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에이전시에서 대외적인 활동이나 카페 운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 되는데 모쪼록 계속해서 좋은 카페로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1. 너무 유명한 분이시지만^^ 자기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유명하다뇨, 과찬이십니다. 저는 그냥 웹 사이트를 만드는 사람일 뿐입니다. 현재 웹 에이전시인 시도우(Cidow)에서 근무하고 있고, 웹표준화 추진팀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주로 하는 일은 웹표준을 지켜서 웹접근성(Web Accessibility)이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등이 향상된 사이트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직책은 웹퍼블리셔(Web Publisher)입니다. 이 웹퍼블리셔라는 말은 제가 HTML코더와 구분하기 위해서 만든 단어인데 지금은 웹표준을 준수해서 클라이언트 사이드 개발을 하는 직종을 지칭하는 말로 어느정도 자리잡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에 클라이언트 사이트 개발에 관심을 가졌을 때, 기존의 HTML코더라는 직종은 너무 전문성이 없고 별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서버사이드 개발과 비슷할 정도로, 경우에 따라서는 이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야인데 기존의 웹 에이전시 시장에서는 이에 대한 이해나 관심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리서 이에 대한 차별성을 확보하고 중요도를 높여보자는 생각에서 고안하고 사용을 권장한 용어입니다.

2. 너무 원초적인 질문이지만, 웹표준이 웹접근성과 상당히 혼용되어 쓰이고 있는 느낌이다. 명쾌한 정의를 해주신다면?

한문장으로 말해보면 이렇습니다. “웹표준을 준수하여 웹접근성을 향상 시킨다.” 웹표준이라는 것은 하나의 규칙입니다. 그 규칙은 다양한 장점을 우리에게 가져다줄 수 있도록 만들어졌고요. 웹표준을 지키면 웹접근성(Web Accessibility),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기기 독립성(Device Independence), 하위/상위 호환성(Backward/Forward Compatibility) 등이 좋아집니다. 웹접근성이 목적이라면 웹표준은 그 목적을 달성하게 해 주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최근 웹 표준이 마치 유행처럼 언급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많은 프로젝트에서 웹표준을 따르는가 라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입니다. 유행이란 결국 따르면 좋지만, 따르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은 것이니까요. 웹표준이 반드시 필요한 까닭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겉모습만 보자면 웹표준이라는 말도 웹2.0 같이 단순히 유행하는 용어에 지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웹표준은 갑자기 나온 말도 아니고 이미 수년전부터 존재해 오던 것들 입니다. 지금 웹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들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때일 수록 내실을 다지고 질적인 향상에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합니다. 이러한 것을 가장 쉽게 달성시켜주는 것이 웹표준입니다. 이를 단순히 한때의 유행이라고 생각하고 등한시 한다면 머지 않아서 한걸을 뒤쳐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웹표준은 단순히 유행이라고 말 할 수 없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아 햐는 올바른 방향입니다.

4. 월간웹 4월 인터뷰 기사에서 웹 표준은 “웹 사이트 품질에 대한 논의이다” 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클라이언트를 비롯하여 제작에 참여하는 기획, 디자인, 개발 담당 파트에서도 웹표준을 준수한다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품질’이라는 측면에서 웹표준을 설명부탁 드립니다.

외국의 패스트 푸드 음식점에서 햄버거를 시켜야 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저는 영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유창하게 원하는 것을 말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캐셔뒤의 그림을 가리키거나 메뉴판에서 “This” 또는 “That one.” 정도는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성공적으로 햄버거를 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러한 방식으로 웹사이트를 만들어 오고 있었습니다. 웹표준에서 말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마크업언어, 스타일, 스크립트 등을 유창하게, 문법에 맞게 사용하자는 것입니다. 말이 안통하면 손짓 발짓해가면서 의사소통을 할 수는 있겠지만 언제까지 계속 그럴 수만은 없는 것입니다. 단순히 햄버거를 시키는 일이 아니라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서 상담을 하려고 한다든가 하면 상황은 바뀌게 될 것입니다. 만약 외국의 바이어와 만나서 회의를 해야 한다고 하면 손짓 발짓 하는 사람과 유창한 영어를 말하는 사람 둘 중에 누가 계약을 해낼 수 있을지는 자명합니다.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도 언어를 구사하는 것과 동일합니다. 모든 브라우저가 잘 인식할 수 있는 공통된 언어를 구사하여 사이트를 만들게 된다면 그 사이트는 목적하고자 하는 바를 훌륭하게 수행할 것이고 우리는 그러한 것을 가리켜서 잘 만들어진, 품질이 높은 웹사이트라고 말을 합니다.

5. 웹표준을 준수하는 것이 추가적인 비용과 투자가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웹표준 프로젝트 경험이 있는 개발자들의 평균 임금이 비싸고^^;;, 아직 작업 프로세스가 명확하지 않아 프로젝트 기간 자체도 길어진다고 생각됩니다. 이를 무릅쓰고 웹표준을 준수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일종의 투자로 생각되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웹표준 적용을 단순히 추가 비용으로 볼 수 없다는 말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그렇다는 말입니다. 당장 하루에 몇십페이지씩 코딩을 해야하는 입장에서는 제작 방법을 다 바꾸라고 하면 시간이 더 소요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표준을 지킨다는 것은 단순히 트랜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기초 기반을 확실하게 다지고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투자다.”, “아니다.” 라는 말로 표현이 될 수 없는 당연히 지향해야 하는 문제 입니다.

웹표준을 잘 알고 있는 인력이 없을 때에 무리하게 웹표준을 지키고자 하는 것은 오히려 품질이 더 떨어지는 결과물이 만들어 질 수도 있고, 실제로 그러한 사이트를 간혹가다가 보게 됩니다. 모든 일에는 단계가 있듯이 웹표준의 적용에도 어느 정도의 단계가 있습니다. 물론 첫 단계에서는 결과물도 만족스럽지 못하고 대외적으로 표준을 지켰다고 말하기도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계속 거치고 회사차원에서 의지를 가지고 이끌어 간다면 계속해서 축적되는 노하우로 곧 높은 품질의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너무 단기간에 충분히 숙련되지 않은 인원으로 무리하게 시도를 하게 되면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작업자들이 실제로 웹표준의 효용을 몸으로 느낄 수가 있어야 합니다.

웹사이트도 하나의 소프트웨어이고 소프트웨어의 특성상, 2명이 5일 하는 일을 10명이 1일만에 끝낼 수 없다는 것은 모두들 공감할 것입니다. 아마 3일쯤 걸릴 것입니다. 이러한 것을 알고 있음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10명을 투입해서 1일만에 끝낼 수 있다는 맨먼스(Man Month)의 허구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비싼 임금을 주고 웹퍼블리셔를 고용하는 것이 손해로 보여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웹퍼블리셔들은 서버와 클라이언트의 관계, 프로토콜, 다양한 클라이언트 프로그램들, 웹사이트 디플로이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가지고 있는 전문화된 인력들입니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리 많은 인원을 사용한다고 해도 대체할 수 없는 일들입니다.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맨먼스로 산정하는 악행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실제적인 작업 맨먼스가 줄어들 것입니다.

6. 웹표준은 대부분 ‘개발’에 관련 된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웹표준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방법론을 인지하지 못 하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 집니다. 이를 위한 별도 프로세스 개발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시는 바가 있으신지요? 혹은 추천하고 싶은 책이나 별도 교육과정은?

저는 강사가 아니기 때문에 제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하는 것은 없습니다. :)

교육보다는 웹을 만드시는 분들이 웹에 대해서 올바르게 인식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교육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이고 끊임없이 겪어보고 사고하는 과정에서 얻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웹을 만든다고 하시는 분들이 당장 자신들이 사용해본 유저 에이전트 이름 5개를 말할 수 없으면 웹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분이 아니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 의미를 이해하게 되면 나머지는 자연히 따라오게 될 것입니다.

7. 마지막으로 신현석이 말하는 “Web은○○○○다!”

웹은 가능성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가능성을 실현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웹표준을 지켜서 그 가능성을 실현하고자 할 때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가능성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고 비로소 웹은 본래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Comments

  • nami 2007-05-28

    우워~ 이거 멜인터뷴가바요~ 인터뷰 멋쥔데요 ㅎㅎ

  • 신현석 2007-05-28

    요새 글이 너무 뜸해요~ 시간이 지나니까 시들해진겨? 링크도 안걸고 말이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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