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표준을 이용한 웹사이트 접근성의 향상
2006년 5월
"대한민국에서 웹을 이용하려는 사람은 윈도우즈(Windows)가 설치되어 있는 컴퓨터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를 사용해야만 한다."
아무도 권유하거나 강요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신경쓰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다가온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은 위의 말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알지 못할 것이고 오히려 위의 말이 당연한 것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사람들을 낮추어 얘기 하거나 비난할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그러한 인식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인터넷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넷스케이프 네비게이터(Netscape Navigator)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내가 인터넷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1997년 즈음만 해도 윈도우즈를 설치하고 나서 먼저 설치하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이 넷스케이프 네비게이터였다. 그때는 이 넷스케이프 네비게이터를 이용해서도 인터넷을 이용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점점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급기야 넷스케이프 네비게이터를 완전히 몰아내게 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몇 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일어난 변화로 인해 현재는 사용자가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써야만 하고 웹브라우저라는 단어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지칭하는 단어로 바뀌게 되었다. 일반 사용자뿐만 아니라 웹사이트를 직접 제작하고 운영하는 사람들도 모두 인터넷 익스플로러만을 사용하게 되고 자연히 모든 웹사이트들은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테스트가 되고 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외의 다른 브라우저를 사용하던 사용자들은 이러한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최적화된 사이트를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에 자연히 인터넷 익스플로러만 사용하게 되었다. 물론 계속해서 맥오에스(Mac OS)나 리눅스(Linux)등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은 있었지만 일반 사용자들은 이 컴퓨터들을 "인터넷이 잘 안되는 컴퓨터"라고 인식을 하게 되었다.
최근에 이러한 "웹브라우저 = 인터넷 익스플로러"라는 공식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시장에 작은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바로 파이어폭스(Firefox)가 등장한 것이다. 파이어폭스는 과거 AOL에 인수 되었던 넷스케이프의 제작자들이 독립적으로 설립한 비영리 단체인 모질라 재단(Mozilla Foundation)에서 내놓은 브라우저이다. 작은 크기, 웹표준의 준수, 다양한 운영체제지원 등의 특징과 모질라 재단의 훌륭한 마케팅으로 기존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독점 시장에 변화를 가져왔다. 파이어폭스의 등장과 시장 점유율 상승은 기존의 다른 브라우저 제작 업체들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고 오페라(Opera), 사파리(Safari), 카미노(Camino), 쉬라(Shiira), 플락(Flock) 등 다양한 브라우저들이 등장하고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게 된 기폭제가 되었다. 국내에서도 블로거들을 시작으로 이 파이어폭스가 알려지게 되었고 다양한 사용자 편의 기능으로 인해서 점점 사용자수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 포털들도 CSS 레이아웃을 사용한다든가, 웹표준 문법 검사를 통과한다든가, 이벤트를 통해서 타 브라우저에서 발생하는 버그를 없앤다든가 하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도 전체 시장 규모에서 보면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아직도 많은 수의 개발자들이나 웹사이트 운영자들은 파이어폭스라는 이름만 알 뿐이지 자신들이 제작하거나 운영하는 웹사이트가 이러한 다른 브라우저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지를 확인하지는 않는다. 특히나 웹사이트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웹에이전시 업계는 이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가 작다. 아직도 많은 웹사이트들이 인터넷 익스플로러 외의 브라우저로는 사용이 불가능하고 이러한 현상은 신규로 제작되는 사이트들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웹은 처음에 다양한 환경에서의 정보의 공유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목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의 웹시장이 이러한 사실을 잠시 망각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왔을 뿐이다. 다양한 브라우저의 등장은 웹이 가지고 있었던 근본적인 특성이 자연스럽게 표출된 것일 뿐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웹사이트 제작자 들은 다양한 사용자 환경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이를 고려해서 웹사이트를 제작 해야만 한다. 앞으로는 사용자 중심의 웹이 될 것이라고 모두들 말을 하고 있다. 이러한 웹 시장에서 사용자의 다양한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존과 같이 특정 브라우저에서만 작동하는 웹사이트를 만들게 된다면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여도 사용자들로부터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다양한 브라우저를 고려하는 방법은 의외로 매우 간단하다. 과거에는 다양한 브라우저를 지원하는 방법이 매우 힘든 것으로 생각되어 왔다. 이를 위해서는 A라는 브라우저를 위한 코드, B라는 브라우저를 위한 코드, C, D, E라는 브라우저를 위한 코드 등 각 브라우저에 해당하는 코드들을 다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해 왔고 실제로 과거에는 이러한 방법으로 브라우저 호환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브라우저 종류만큼 코드가 필요하고 모든 브라우저 대한 테스트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지극히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실제적으로 불가능 하다.
W3C(World Wide Web Consortium)에서는 이러한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 웹사이트 제작에 사용되는 HTML, XHTML, CSS등의 권고안을 오래전부터 제정하여 배포하고 있다. 이 권고안은 강제성은 없지만 세계적으로 사실상 표준 스펙으로 인정받고 있고 각 브라우저 제작사들은 이 표준 스펙을 기반으로 브라우저를 제작하고 있다. 따라서 표준 스펙을 사용하여 웹사이트를 제작하게 되면 각 브라우저들 간의 호환성을 보장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스펙들은 W3C의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 받아서 활용할 수 있게 공개되어 있다.
- HTML 4.01 Specification
- XHTML™ 1.0 The Extensible HyperText Markup Language
- Cascading Style Sheets, level 2 (CSS2) Specification
- Web Content Accessibility Guidelines 1.0
또한 내가 작성한 HTML이나 CSS문법이 틀린 곳은 없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문법 검사기도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물론 이 표준 스펙들만 준수 한다고 하여 모든 브라우저의 호환성이 보장 되는 것은 아니다. 브라우저마다 표준스펙의 구현 정도가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별도의 처리를 해 주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예전과 같이 모든 브라우저를 대상으로 이러한 별도의 처리를 해줄 필요는 없고 오래전에 발표된 소수의 브라우저에서만 처리를 해주면 된다. 별도의 작업은 약간 들어가게 되지만 표준의 준수는 다양한 브라우저에 대한 호환성을 쉽게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다. 그리고 별도의 처리 방법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여 다양한 책과 관련 문서를 통해서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
과학의 변화 속도는 매우 빠르고 그 중에서도 웹의 발전 속도는 더욱 빠르다. 지금의 웹표준은 브라우저 호환성이나 모바일 환경에서의 웹에 대한 접근성 정도만을 보여주고 있지만 앞으로의 웹표준은 다양한 기기, 다양한 환경, 다양한 사용자로부터의 접근성을 위해서 빠르게 발전하게 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웹 자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들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가운데에 서려면 웹표준은 더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고 필수사항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다양한 사용자 환경에 대한 이해와 웹표준을 이용한 그에 대한 배려일 것이다.